
통계에 따라 들쭉날쭉하지만 작년 한 해에만 대략 3만5000여 명이 조기유학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 어학연수 비중이 높지만 아예 학업을 위해 떠나는 조기 유학생은 날로 늘고 있다. 미국 이민세관국은 2006년 말 기준으로 한국 유학생(초ㆍ중ㆍ고ㆍ대학ㆍ대학원 모두 포함)은 9만3000여 명으로 세계 1위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부모와 아이 모두 큰 기대를 갖고 조기유학을 떠나지만 사실 모험이나 다름없다. 사춘기 때 현지 문화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고, 영어를 제대로 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 때문에 적응을 하지 못해 되돌아오는 유학생들도 허다하다. 장원익 군(18)과 이지수 양(14)은 각각 4년, 2년 반 정도를 미국 학교에서 보낸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 고교와 대학에 입학했다. 이들에게 조기유학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무리없이 적응하게 된 비결을 들어봤다.
-조기유학을 떠나면서 학교를 어떻게 선택했나.
▶장원익 군=처음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공립학교에 교환학생으로 갔다. 집에 가고 싶고, 향수병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한국 학생이 드문 곳을 선택하면 미국 습관과 문화를 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미국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무엇보다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 힘썼다.
▶이지수 양=캐나다 밴쿠버 공립학교에는 아시아계 학생이 많아 아시아계가 드문 사립학교를 선택했다.(공립학교는 연간 등록금이 1만3000달러 수준인 데 비해 사립학교는 2만달러 정도 든다).
일부 학교에는 한국말로 떠들 정도로 한국 학생이 많은데 이 학교는 아시아계가 아주 드물었다.
-영어를 더 배워야 하는 처지에서 경쟁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 양=조기유학을 가서 1년만 지나면 영어를 원어민처럼 잘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유학을 가기 전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말하기와 쓰기를 열심히 했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공부한 것은 다름 아닌 `문법`이다. 문법은 말을 구성하는 필수가 되는 것이다. 문법을 열심히 공부해 놓은 것이 영어를 잘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아시아계 학생이 드문 곳에서 적응하려면 더 힘들지 않았나.
▶장 군=편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과 같이 공부하면서 편견에 대처하는 법을 배웠다. 인종적인 문제 등에 관해 조크를 하면 나도 조크로 응대했다.
하지만 상대방 학생이 기분 나쁘게 직접적으로 편견을 드러내면 나도 대놓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이런 때는 겸손이 아니라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 양=한국에서와는 달리 독립심이 많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학원에 다니더라도 학원 스케줄에 따라 똑같은 일상이 반복됐다. 그런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공부하고 학교생활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명문고와 명문대학에 합격했다.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미국 명문대나 보딩스쿨은 공식적으로 국가별 할당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국가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을 때 그 학생들끼리 당락을 놓고 경쟁을 한다는 게 정설이다. 일부 보딩스쿨은 한국 학생 간 경쟁률만 80대1이 넘는다는 얘기가 있다).
▶이 양=성적도 중요하지만 입학할 때 에세이와 인터뷰가 중요하다. 성적은 100점 만점에 92점 정도였다. 상위권에 속하는 편이었다. 꼭 1등을 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음악 프로그램 등 교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성적 외에 경험을 쌓았다.
또 글쓰는 것을 좋아해 영어로 소설을 쓴 적이 있는데, 인터뷰할 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소설을 썼다는 노력을 가상하게 여긴 것 같았다. 무엇보다 선생님과 관계가 중요하다. 합격통지서를 받았을 때 "추천서가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생님과 좋은 관계가 있었기에 추천서가 좋은 평가를 받은 것 아니겠는가.
▶장 군=좋은 보딩스쿨은 경쟁이 치열하다. 모두들 공부를 열심히 하기 때문에 내신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가 쉽지 않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고교든, 대학이든 인터뷰가 중요하다. 과연 커뮤니티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도 많이 따진다. 나는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대신 교내에서 다양한 클럽에 참여해 활동했다. 친구를 만들고, 클럽에서 대표가 되는 등 리더십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조기유학을 떠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 군=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여러 가지를 다 한다는, 뭐든지 다 한다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운동이 싫어도 크로스컨트리와 오래달리기 등에 참여했다. 이런 여러 가지 경험이 진학을 할 때 에세이를 쓰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면 그 일을 해보고 싶다.
■ 이지수 양
2006년 1월 캐나다 밴쿠버로 조기유학을 떠났다. 2년 반 동안 공부했고, 미국 뉴햄프셔 명문 보딩스쿨인 세인트 폴 고교에 합격해 오는 9월부터 다닌다. 세인트 폴은 미국 동부 3대 보딩스쿨로 불릴 만큼 명문으로 졸업생들이 아이비리그에 대거 진학한다. 장래 희망은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해 국제변호사가 되는 것이다.
■ 장원익 군
2004년 8월 교환학생으로 미국 애리조나주 공립학교에서 1년 동안 생활했다. 이후 동부 버지니아주 명문 보딩스쿨인 우드베리 포레스트 고교로 옮긴 후 수석 졸업했고, 오는 9월 뉴햄프셔 명문 아이비리그인 다트머스대에 입학할 예정이다. 학부에서 역사 또는 영문학 등 기초학문을 공부한 후 진로를 탐색해 볼 작정이다.
[황형규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